2004년 7월 6일 화요일

난 너에게

난 너에게
2004.07.06 17:01

 


난 압니다.
네 가슴속에 차지하고 있는 나의 흔적이
아주 보잘것 없음을.
그러나 난 또 믿고 있읍니다.
세월이 흐르고 흐르면
내 모든 노력들이 헛되지 않아
너의 몸 속을 가득 채울 맑은 피로
내가 떠돌게 될 것을.



난 압니다.
네가 좋아하는 연분홍빛 노을,
난 너에게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연분홍빛 노을로 네 가슴에 남게 될 것을.



이정하의 詩 <난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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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함에 이유를 묻는 바보
2004.07.21 00:06

 


사랑함에 이유를 묻는 바보


그저 내어 주는 것으로 만족하라
주는 만큼 받기를 원한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사랑함에 이유를 묻는 사람

참으로 바보같은 일이
사랑하는 사람을 아프게 하는 일

사랑하면서
왜 사랑하느냐
그 이유를 물었습니까?
그러면 당신은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사랑하면서
그 사랑을 아프게 하셨습니까?
그러면 당신은 바보 같은 사람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은
그리움의 뽀얀 속살을 훤히 내비치고도
사랑하지 않는다며 외면하는
잿빛으로 멍든 그림자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스스로의 사랑에 가슴 조이다가
무심한 세월앞에 그저 잊었노라며
때깔없이 스러져 가는 침묵의 고된 얼룩

우리
서로 사랑하고 있다면,
사랑함에 그 이유를 묻지 말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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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하여
2004.07.25 18:10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 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챡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 정호승의 詩 <결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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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란: 결혼 못하겠네..... 2004.08.06 16:32


고백
2004.08.07 22:59

 


고백

- 용혜원



고백하고 싶습니다
사랑을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확인을
하고 싶어집니다


사랑은
기다림과 기다림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는데
너무도 성급하게
서두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춧불처럼 타내려오는
사랑보다는
폭죽처럼 터져오르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


폭풍처럼 몰아쳐서
질풍처럼 달려들어
이루어지는 사랑이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나혼자만의 감정으로
사랑하기를 원치않기에
그대의 대답을 기다립니다


사랑을 내가 먼저
고백하면 안되겠습니까
가슴속에 타오르는
열정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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